학생회게시판

아홉시반 酒립대학 학생들의 자유로운 소통 공간입니다.

돼지 곱창

작성자 슬픈약속 작성일 2019.03.21. 20:26:53 조회수 1,550
돼지 곱창
돼지 곱창

글. 최순재


누추한 시장 골목 어느 중간쯤
목로곱창이라고 쓰여져 있는 유리문을
덜커덩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고 들어서면
검은색 머리카락 몇 안 남은 할머님 한분께서
오랜만에 본 친 아들 마냥
어서 오라고 환한 미소로 반겨 주셨다

먼저 주문하지 않아도
살짝 삶은 돼지 곱창 조금에
이런 저런 야채와 들깨 가루를 듬뿍 넣고
곱창 백복음을 서둘러 만들어 내오시면
고소한 곱창 복음 맛에
함께 동행한 친구와 소주 한병을
거뜬히 비우고 나서야
비로소 메인 메뉴로
뜨끈 뜨끈한 돼지 곱창 전골
하나 주문하면 나도 친구도 소주잔도
모두가 행복했었다

골목 이곳 저곳에는
과일 가계와 횟집을 비롯하여
열다섯집 정도의
돼지 곱창을 파는 음식점들이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할머님의 인심이 후하여
한 십여년 동안 한 음식점만 다녔는데
그 곳 상호가 목로곱창이였다

그곳의 단점은
할머님께서 연세가 많으셔서
주문하여 먹은 곱창 값이랑
마신 소주 갯수 만큼의 값을
본인이 계산하기 힘드셔서
손님들이 직접 계산하여
현금이나 카드로 값을 치르곤 했었다

그곳을 왕래한지 십여년은 훌쩍 넘었을까
역시나 그곳에 친구와 함께 들러
곱창 전골에 소주 한잔 기우리고 있을때
할머님께서 나즈막히 말을 건내어 오셨다

젊은 양반들이
우리집 단골이라서 얘기 해주는건데
이제는 장사하기 버거워서
해남에 딸이 펜션 장사를 하는데
그리로 내려가서 남은 생을
편하게 살아야 겠다는 말을 건내시며
이제는 다른 곱창집 가라는 말을 꺼내셨다

설마 설마했는데
시일이 조금 지나서
곱창에 소주가 생각 나서 들렸더니
할머님께서는 계시지 않으시고
목로곱창 상호명 그대로
변한것 하나 없이
다른분께서 장사를 하고 계셨다

친 손주같이 아들같이 대해주셨던
할머님의 추억이 생각나서
가끔씩 할머님이 없는 그곳을 찾으면
옛 추억이 기분 좋게 어렴풋이 떠 오르는
인천 제일시장 곱창 골목에는
늦은 밤에도 육수 우려내는 가마솥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김들을 볼 수 있다

할머님 잘 지내시고 계시겠죠
어딘가 공기 좋은 곳에서
아프지 않고 잘 사시고 계시겠죠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나는 추억 하나를 떠 올린다

돼지 곱창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 이전글 가는 봄날에 (0) 술취한제갈량
▼ 다음글 마무리 (1) 슬픈약속
술취한제갈량 2019.03.25 13:07:10
| 답변
0
저두요~
슬픈약속 2019.03.21 20:28:58
| 답변
0
아홉시반 주립대학 이곳도 먼훗날에
추억을 끄집어 내어 비슷한 글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ㅡ By 슬픈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