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교양

[핵심교양] 영동선에서 만난 사람1

작성자 교무처 작성일 2015.12.22. 09: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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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묵호를 아는가>에서 소설가 심상대는 묵호를 "한 잔의 소주와 같은 바다였다"고 말한다. 검을 묵(黑), 호수 호(湖). 먹빛처럼 검푸른 바다의 도시는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종착지로, 또 다른누군가에게는 비릿한 일상이자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런 묵호 사람들의 애환을 아는지 모르는지,
묵호 바다는 여전히 잔잔하기만 하다. 그렇게 묵호를 품고 있을 뿐이다.

무코동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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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쯤이었을까. 낯설지만 왠지 푸른 바다를 가득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을 안고 묵호로 향했다. 무척 쾌청한 여름날, 묵호는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한적했고, 맑은 하늘을 가진 동네였다. 뜨거운 햇볕에 연하게 빛나는 묵호의 푸르름이 괜스레 더욱 좋아졌고, 그래서 이제는 당연히 들려야만 하는 목적지가 되었다. 묵호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말린 가오리와 명태가 줄지어 있는 건어물 가게들, 쥐포 한번 먹어보라며 손짓하는 가게 주인장과 생동감 넘치는 묵호 어시장까지. 그런 익숙한 풍경 속에 저 멀리 파란 벽이 눈에 띄었다. 무척 진한 파랑이 칠해진 그곳엔 '우리가 파랑하는 시간'이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가 파랑하는 시간'이 쓰여진 공간은 갤러리 묵호짬뽕의 건물이다. 그리고 이 일을 해낸 사람들은 프로젝트 미터라는 창작 집단이다. 프로젝트 미터는 예술의 공공성을 추구하는 젊은 작가들이 모인 시각예술 단체로 묵호등대마을 벽화 그리기 작업에 초기부터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묵호로 이주해 예술로 지역 살리기에 전념하고 있다. 우연히 들어간 '모모의 하루'라는 카페에서 우리는 프로젝트 미터를 다시 마주했다. <MUKO>라는, 프로젝터 미터에서 만든 책 안에는 그들이 바라본 묵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묵호 이야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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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년 전에 묵호에 처음 왔을 땐 '우리가 파랑하는 시간'을 본 적이 없거든요. 대표님이 하는 거예요?
네.

왜 우리가 파랑하는 시간이에요?
작년에 강원문화재단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돼서 레지던시를 진행하게 됐는데 그때 주제가 '우리가 파랑하는 시간'이었어요. 신진 작가들이 묵호에 내려와서 묵호와 파랑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 과거의 묵호가 어땠고, 현재의 묵호가 어떤지에 대해서 작품으로 실현하는 과정을 진행했거든요. 그래서 파랑을 주제로 전시를 하게 됐어요.

묵호에파랑색이 눈에 많이 띄나요?
사실 파랑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사용하는 색 중 하나잖아요. 묵호의 파랑을 찾고 파랑의 느낌이나 공간들을 찾아보면서 이야기나 주제를 생각을 해보자는 취지로 하게 된 거예요. 블루라는 게 블루 프린트라고 해서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묵호는 반대로 우울하죠. 여기에서 있었던 과거의 일들이나 현재의, 약간은 우울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우울한 일이란 게 어떤 건가요?
과거에 묵호는 굉장히 잘나갔던 도시였거든요. 현재 동해시 인구가 10만 명이 채 안 되는데 1970~80년대만 해도 묵호 이 작은 동네에서 6만 명 이상이 거주했다고 해요. 그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요. 길을 지나다닐 때 어깨를 부딪히면서 다닐 정도로요. 그런데 환경이 바뀌고 도시개발이 되다 보니까 구도심이 되어버렸어요.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떠난 지금의 모습이 묵호의 우울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빈집도 많고, 어르신만 계신 집도 많고. 과거의 묵호와 현재의 묵호가 천지차이로 다른데 이러한 이야기들을 잊고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예술적 감각으로 풀어내기도 하고 그걸 통해 앞으로 우리가 묵호의 모습을 그려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묵호는 잘나가다가 왜 쇠퇴하게 된 거예요?
여기가 원래 오징어와 명태로 굉장히 유명했대요. 그러니까 전국에서 먹는 오징어와 명태 90%는 여기서 나갔다고 해요. 명태, 오징어가 굉장히 잘 나던 시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벌다 보니까 도시가 커진 거죠. 저희가 만든 <MUKO>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묵호는 '삶의 마지막기항지'라는 말이요. 전국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인생의 쓴맛을 보고 더 이상 갈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묵호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착하던 곳이기도 해요. 엄청난 호황을 누렸던 곳이죠.

갤러리 이름은 왜 묵호짬뽕이에요?
저희가 지은 건 아니고 저희랑 함께 지역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협동조합 행복발전소라는 곳이 있는데 그분들이 사용하던 공간이었어요. 여길 리모델링해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얘기가 나와서 만들게 된 곳이에요. '묵호는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생각 해보면서 여기는 토박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마지막 기항지였기 때문에 전국에서 다 얽히고 설킨 이들이 모인 곳이라 문화나 정서가 짬뽕처럼 뒤섞였다는 의미로 지어졌어요.

갤러리 이름에도 지역적 특성이 담겨 있던 거였네요.
네. 그런데 그것까지는 관광객들이 잘 모르니까 와서 짬뽕을 찾으세요. 심지어 저희가 짬뽕을 만든 적도 없는데 서울에 몇몇 분들은 묵호에서 짬뽕을 먹고 왔는데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을 내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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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미터×묵호
프로젝터 미터는 묵호를 기반으로 하는 창작집단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네, 맞습니다. 묵호에서 논골담길의스토리텔링, 기획, 프로그램 등 모두 저희가 진행 했구요. 최근에 중앙시장을 가보면 대형 벽화 작품들이 있는데, 재작년에 '컬러풀 묵호'라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계속 묵호에서 작업하고 있는 거죠.

논골담길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2009년 말이었는데, 동해문화원에서 컨설팅 제의가 들어왔어요. 묵호에 내려와서 이것저것 탐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그 마을을 작업하는 건데 묵호에 와서 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내려오게 됐어요. 논골담길이 원래 고유 명칭은 아니에요. 논골에 있는 담화 골목길이다, 해서 제가 이름 붙인 거예요.

논골담길 창시자시네요!
네. (웃음) 그런데 다들 잘 몰라요. 관심도 없고.

저는 사실 벽화 마을을 안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거든요. 유명한 곳들은 다 어디서 본 듯한 예쁜 그림들 베껴서 그리고, 우르르 왔다가 막 그리고 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그런데 논골담길을 처음 왔는데 과한 거 없이 이 지역의 정체성을 그림으로 담아내고자 노력한 게 느껴지는 거예요.
제가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 그걸 그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너무나 잘 알지만 그래서 더더욱 벽화 마을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싫었어요. 저희는 어르신들이 스토리 텔러라고 해서 지역 해설사로 일하는데 제가 그분들을 교육해요. 이 지역에 대해서 이 길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면 되는지 알려드리는데 그때 벽화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담화라고 하거든요. '담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그리고 작가들을 선정하고 진행을 할 때도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자 하는 작가들을 선정했구요. 기획 기간이 상당히 길었죠. 저희는 이걸 시즌제로 표현을 하는데 2009년 작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시즌 5까지 끝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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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에 연고가 있으세요?
아니요, 전혀 없어요.

그럼 어디 분이세요?
서울 사람이에요.

묵호에 내려오셨을 때 첫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제가 내려왔을 때만 해도 묵호에는 사람이 이렇게 많지 않았어요. 5~6년 전만 해도 주말에 차가 이렇게 있지도 않았구요. 최근 들어서 볼 수 있는 풍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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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에 녹아 드는 예술
청원길을 작업할 때 주민들에게 하나하나 어떤 색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며 작업했다고 들었어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저희가논골담길할 때, 그때만 해도 제대로 협조가 된 집이 거의 없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할머니가 고추 다듬으러 나오면 그 옆에서 같이 다듬으면서 얘기했거든요. 이분들을 설득 하려면 일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봤을 때 저 스스로에게는 도전이 됐어요. 힘들다기보다는 값진 경험이었죠. 이렇게 5~6년동안 논골담길을 진행해서 인지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노하우가 많이 늘었구요. 지역 분들도 저희가 논골담길 작가라고 소개를 하면 굉장히 잘 협조 해주세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많이 느끼고 있죠.

그 누구보다 동네 주민들이 인정해 준다는 건 무척 뿌듯한 일이었을 것 같아요.
갤러리 묵호짬뽕을 운영하는 동안 마을 주민들이 많이 와줬거든요. 거기서 하는 말씀이 이런 걸 볼 수 있게 해줘서 참 고맙다고 하는데, 그럴 때 기분은 굉장히 남다르죠. 관광객들이 좋아해 주는 것보다 지역 주민이 가장 좋아해주고 반가워하니까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끝내고 서울로 올라갈 수도 있는 건데 왜 계속 남아 계세요?
저희가 완전 이주를 한지는 2년이 채 안 됐구요. 예전에는 의정부에 있어서 1년에 3~4개월 묵호에 머물면서 작업 했어요. 현장에서 진행을 할 당시에는 우리 스스로가 진정성 있다고 느끼면서 작업했는데 막상 끝나고 돌아가면 다시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에 집중하다 보니까 괴리감이 들더라구요. 아예 이주해서 거기서 고민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려와서 도전하게 됐죠.

그만큼 대표님에게 묵호는 중요했던 건가요?
네. 물론 아는 사람도 없고 척박한 환경에서 쉽진 않았어요. 저 스스로한테는 논골담길을 해오면서 다툼도 있었고, 그 안에서 화해도 있었고, 그만큼 성과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고. 제 20대의 경험이 남아 있는 곳이어서 쉽게 이곳을 떠나서 무언가를 해봐야겠다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아요.

프로젝트 미터를 통해 묵호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요?
여기에 가장 유명한 오징어 축제가 있는데 오징어가 안 잡힌다는 이유로 폐지가 됐어요. 지역은 가능성이 있는데 관광객들이나 외부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레지던시를 기획을 하면서 더 멀리 바라본 게 바로 무코동블루스예요. 블루스라는 게 시각적으로 파랑을 표현한 것도 되지만 음악적으로도 사용되잖아요. 블루스를 활용해서 퍼포먼스, 거리극 등 다양한 장르가 나올 수 있는 거구요. 새로운 사례를 묵호에서 만들려고 고민 중이에요.

5년 후에 묵호는 어떤 모습일까요? 대표님의 5년 후는요?
사실 잘 그려지지가 않아요. 어떤 목표를 지니고 달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적은 없거든요.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처럼 어떻게 재밌게 지낼까 계속 고민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전보다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늘지 않을까요? 블루라는 색이 희망이나 미래 뜻도 있고 우울도 있지만 묵호의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재밌는 일을 만들어가면서 지역 주민과 함께 보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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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그는 한창 젊었다. 무척 앳된 얼굴에 깜짝 놀라고, 그와는 다르게 묵호에서 스스로 헤쳐나갔던 많은 이야기에 더욱 크게 놀라는 시간이 계속됐다. 젊은 친구가 묵호에 내려와 이런 것들을 해나간다고 했을 때, 막상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벽에 부딪혔을지는 말을 아끼는 그의 모습에서 오히려 크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이곳에 있는 게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으면 하지만 이곳에서 무언가를 이뤄야겠다는 큰 뜻은 없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니까 재미있으면 된다고, 무슨 일이든 장난 삼아가 아니라 재미 삼아 하고 싶다는 그는 묵호를 통해 재미있는 삶을 실현하고 있었다. 타지인, 젊은 친구, 예술가. 어쩌면 그는 이 지역에서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지닌 이러한 모습은 오히려 그의 가능성이고, 그가 만들어갈 묵호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분명한 건 서툴고, 느리더라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묵호를 칠하고 있을 그 덕분에 묵호를 알아가고 있는 사람이 점차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가 그려가고 있는 묵호는 분명 변해가고 있다는 거다.

홈페이지 : www.facebook.com/projectmeter
사진제공 : 프로젝트 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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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에서 만난 사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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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집 2016.07.26 0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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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꾸벅!
이슬주 2016.07.04 19:33:44
| 답변
0
완료...
얼쑤 2016.03.03 06:55:33
| 답변
0
묵호는 한 번도 갈 일이 없었네.
시에스타 2016.01.18 17: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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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첵!!
시에스타 2016.01.03 21:32:01
| 답변
0
해피뉴이어!!
눈오는밤 2015.12.24 13: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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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또 가야 할 곳은 늘어만 가는데 갈 시간은 점점 줄어만 가고ㅠㅠ
한송이 2015.12.23 00: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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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아주 아주 나이가 어렸을때
어렴풋한 기억속에 아버지 친구분이 계속 보내 주셨던
오징어...
맛있는 오징어를 떨어트리지 않고 보내주셨던
아버지 친구분
우리 가족은 그 분을 묵호아저씨라 불렀었는데...
인상도 좋으시고 참 좋은 분이였는데...
한 번 가보고 싶다 묵호....
술취한제갈량 2015.12.22 20: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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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스며들다.
어느곳 또는 누군가에게 스며들어 주인이 되어가는 것이죠
누군가에게 스며들기전엔 우리는 항상 이방인 이었나 봅니다.

일때문에 동해를 몇번 간적 있었는데 이런곳이 있는줄 몰랐네요
기회가 있음 꼭...^^
날살돌이 2015.12.22 1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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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묵호 여행가고싶다 좋아요
강촌 2015.12.22 11: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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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재생 프로젝트^*^; 쵝오